
창과 방패로 잘 알려진 모순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패러독스(paradox)인데, 이 paradox가 무한 경쟁을 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. 그 대표적인 것이 패러독스 경영(paradox management)이다. 패러독스 경영이란, 모순적인 요소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의 경영이 아니라, 모순된 요소들을 조화롭게 같이 가져가는 경영을 말한다.
예를들어, 전문화하는 동시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, 한 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고, 품질은 최상으로 하면서도 가격은 싸게 하는 것 등을 말한다. 즉, 기업 경영에서 모순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, 이들을 조화롭게 경영하는 것이 일류 기업을 만드는 밑거름이라는 것이다.
패러독스적인 발상으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현실을 헤쳐나가자는 패러독스 경영은 일반 개인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. 베트남전 당시 포로로 잡힌 스톡데일(Stockdale)이라는 미군 장교가 있었다. 그는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칼로 그어 흉하게 만들었는데, 포로로 잡힌 자신을 선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이유에서였다. 그는 8년 간의 지독한 포로 수용소 생활에서 패러독스적인 발상(paradoxical thinking)을 항상 지녔다고 한다. 끝까지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, 다음번 크리스마스까지 살아 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냉혹한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. 다음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포로들은 한 해 한 해 지나며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면서 생존을 포기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. 실제로 포로 수용소에서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 군인들은 대부분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낙관주의자였다고 한다.
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,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,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 방식이다. 즉 이것이 바로 패러독스적 발상이다.